지은이 : 이상호 임재근 | 페이지수 : 304쪽 | 책크기 : 257 * 182 | ISBN : 978-89-7071-410-3 93660 | 발행일 : 2017년 4월 16일 | 출판사 : 도서출판 대장간
2016년 11월 1일 촛불을 처음 들던 그날, 둔산동 타임월드 앞 인도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시민들로 가득했습니다. 시민·사회단체에서 준비한 1,000개의 초는 순식간에 동이 났습니다. 어림잡아 3,000여명의 시민들이 운집했습니다. 그중 절반은 청소년들이었습니다. 통행이 불편했지만 인상 찌푸리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참여한 시민도 지나가는 사람도 한 마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당시 “박근혜 하야”를 외치며 모여든 수많은 대전 시민들... 그 순간 ‘아~ 이 싸움은 역사다!’ ‘이 싸움은 기록되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습니다. 사실 사진가로서의 자질은 많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는 말을 하듯이, 우리라도 이 순간을 기록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80년대 민주화 운동 당시 대전의 현장은 사진으로 기록되지 못했다고 합니다. 당시 사람들의 구전을 통해서만 전해질 뿐 사진 한 장이 없어서 그 현장의 뜨거움이 충분히 전해지지 못해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사진은 말이나 글이 가진 한계를 극복합니다. 말이나 글은 달라질 수 있지만, 사진은 더하거나 빼거나 할 수 없습니다. 사실 그대로를 보여주는 사진의 기록은 그래서 매우 중요합니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사진을 빼고 역사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역사의 순간, 한 장면을 담은 사진은 무척 중요합니다. 우리 생에 이렇게 뜨거웠던 겨울이 다시 찾아올까요? 아니 사실 와서는 안 되겠죠... 슬픈 역사이지만 또한 주권을 가진 국민의 위대한 승리의 역사입니다. 기록되어져야 옳고 전해져야 당연할 것입니다. 전국적으로 촛불이 들려졌던 오늘을 기록하여 후대에 전해야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작업하였습니다.
대전에서 촛불을 든 지 130일 만에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파면’을 결정 내렸습니다. 이번 대전 박근혜 퇴진 촛불은 대전의 운동사에 한 획을 그은 역사적 사건입니다. ‘파면결정’으로 ‘촛불승리 시국대회’를 개최한 2017년 3월 11일까지 131일 동안 16차례 시국대회를 포함하여 61차 촛불집회를 개최했고, 연인원 30만 명이 참여했습니다.
이 작업은 광화문에서만 촛불이 타올랐던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음을 알리고, 전하기 위함입니다. “대전 촛불 61차, 131일간의 기록” 두 명의 사진가가 주말 뿐 아니라 평일 저녁도 반납하고 기록에 힘썼습니다. 비록 두 명이 기록했지만 이 기록사진집 작업은 대전의 촛불 시민들과 함께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두가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혹 사진집에 자신의 모습이 실렸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누군가는 얼굴이 한 화면을 가득 채우기도 어떤 이는 하나의 점으로서 등장하기도 하겠지만 주인공은 우리 모두입니다. 광장에서 함께 하지 못했어도 염원을 가지고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했던 국민 모두가 주인공입니다. 오늘의 역사는 어떠한 지도자 한 사람이나 특정 세력에 의한 것이 아닌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평화적 염원이 이루어 낸 혁명입니다. 이 사진집은 풀들이 꽃피운 기적의 여정이며 환희의 순간들입니다.
특별히 4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독박 육아에도 불구하고 남편들을 지지해준 멋진 두 동지 천정연, 권순지님, 그대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기록사진집이 출간될 수 있었습니다. 지면을 빌어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또한 추천사를 써준 ‘최초로 최순실을 찍은 기자’ <시사IN> 조남진 사진기자께도 감사드립니다.
이상호
싸이월드의 열풍이 불 때 대학을 다녔다. 전공이 안경광학이었다. 자연스럽게 광학기기인 사진기에 관심이 갔다. DSLR의 원조격인 300D를 중고로 구입해 뽀샤시한 사진을 찍어 올리는 재미로 사진을 시작했다. 재미는 오래가지 못했다 사진기는 조카의 어린 시절을 담는 용도로 무기한 대여되었다가 사망하면서 떠나갔다. 그러다 4년 전 결혼하면서 카메라를 선물로 받았다. 전문가용 카메라를 똑딱이처럼 쓸 수 없어 책을 뒤적이며 공부 하다가 사진이 가진 의미에 눈을 떴다. 인생 2막이 열렸다. 큰 결심을 하고 인생대학 사람학부 사진학과에 독학생으로 진학했다. 어려서부터 사람에 관심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인물 사진, 다큐멘터리 사진에 관심이 쏠렸다. 기독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 지역 인권단체인 “양심과 인권-나무”에서 활동하면서 대전의 광장, 그 곳의 사람들이 기록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들을 조명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씩 사람들을 만나고 기록해 오던 중 “이게 나라냐?” 시국이 터졌다. 십대들이 촛불을 들고 일어섰고 사진 초보는 카메라를 들고 광장에 섰다.
2004년부터 대전의 평화통일운동단체에서 활동해면서 지역 활동을 사진으로 기록해오는 일을 해오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과 개성공단 사업에 도움이 되고자 2016년 초 대전에 ‘개성공단상회’를 열기 위해 준비하던 중, 오픈 2주일을 남겨둔 시점에서 개성공단이 폐쇄되면서 박근혜 그릇된 대북정책과 국정농단의 직접적 피해자가 되었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 대전시민들이 2016년 11월 1일부터 촛불을 들기 시작하자, ‘박근혜 퇴진 대전 촛불행동’의 장면들을 역사에 기록해 두기 위해 ‘촛불’ 대신에 ‘카메라’를 들고 촛불집회 현장을 뛰어다녔다. 그 기록들을 통일뉴스 객원기자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을 통해 전파시켰다. 현재는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교육연구팀장으로 활동하면서 평화통일교육과 역사·인권·평화기행해설을 하고 있다.
2016년 11월 12일로 기억된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 그처럼 많은 사람이 모인 걸 본 적이 없던 그날, 여느 때처럼 근처 프레스센터에서 ‘촛불의 혁명’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무대 앞으로 가면 더 좋은 사진을 찍을 것 같다’는 생각에 서둘러 짐을 챙겨 프레스센터를 빠져 나왔다. 하지만 이내 도로와 인도를 가득 메운 시민들 사이에 끼여 한 발자국도 내딛기 힘든 지경에 놓였다. 압사사고라도 터지면 큰일이겠다 싶어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힘깨나 쓴다는 내 완력으로도 감당 할 수 없는 거대한 군중의 흐름 속으로 순식간에 빨려들었다. 거대한 물줄기처럼 굽이치는 군중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어디론가 한참을 휩쓸려 가던 즈음, 백만의 군중 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형!” 그는 나와 반대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고, 찰나의 눈인사만 나눈 후 어느새 군중 속으로 사라졌다. 그가 임재근이다. 2년 전. 그가 활동하는 단체의 모임에서 20년 만의 짧은 만남이 있었고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런 그가 그 많은 군중 사이, 그 짧은 찰나에 나를 알아본 것이다. 2004년부터 대전의 평화통일운동단체에서 활동해 온 그의 손에는 늘 카메라가 들려 있었고, 그날도 어김없이 기록 중이었다. 그 어떤 프로사진가보다 열정적으로.
그는 2016년 11월 1일 대전에서 첫 번째 촛불집회가 시작된 이래 131일 동안 무려 61차례의 촛불집회에 빠짐없이 참석해 현장을 기록했다. 사진을 업으로 삼는 그 어떤 직업군의 전문가도 해내기 힘든 일이었다. 적잖이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임재근과 그의 동료 이상호가 그 일을 해 냈다.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어떤 명작이라도 이런저런 문맥 안에서 정리되지 않는다면 쉬이 생명력을 잃고 만다. 한 장 한 장의 사진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들을 모아 책으로 엮는다는 것, 그 자체로 역사이고 사료다. 대전지역 시민운동사의 한 페이지가 이 두 사람에 의해 쓰여진 것이다.
먼 훗날 “박근혜 라는 대통령이 탄핵될 때 엄마 아빠는 뭐했어?”라는 아이들의 질문을 받는다면 대전의 시민들은 『大田大戰, 봄으로 간 촛불』을 꺼내들면 될 일이다. 우리가 대전에서 이렇게 열심히 촛불집회에 참여했고, 민주주의를 지켜냈다고…. 그 긴 시간 촛불을 밝힌 대전 시민들께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그것을 기록한 임재근, 이상호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역사는 정녕 기록하는 사람의 것이다.
조남진사진기자 _ <시사IN>
아, 민중의 광장 길벗들과 함께
촛불혁명의 불길이 타올라 131일 예순 한번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신음하는
이 땅의 백성들, 불끈 불끈 팔을 들어 올려
차가운 거리에서 "박근혜 탄핵하라!"
"김기춘, 우병우 구속하라" 함성 지르며
봄으로 가는 촛불 켜 들고 어둠을 밝혀 왔노라
끝내, “우리 승리하리라” 희망의 끈을 잡고 달려온
2017년 3월 11일까지의 임재근, 이상호 동지의 카메라는
여기 저기 누비며 역사의 찰나를 놓치지 않고
찰깍거려 오늘의 기록화보를 마련하였음이라
민중촛불혁명의 파도를 넘어 수고하였소!!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의 역사의 어둠을 밝혔도다.
2017년 봄은 박근혜의 탄핵으로 비로소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겨울 삭풍과 눈보라를 잘 참고 이겨서 촛불의 노래와 웃음과 어깨춤으로 부패, 무능정권 독재자를 끌어 내리고 진정으로 새봄을 맞이했습니다. 촛불시민의 승리이고,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승리입니다. 함께 했던 시간들을 이 기록 사진집에 담아내었습니다. 대전 퇴진 행동 기간 동안의 기록을 위하여 수고해주신 임재근, 이상호 작가님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두 분을 통하여 생생한 현장을 다시 보게 되어 감사합니다. 이 사진집을 통하여 서로 힘든 시간을 함께 했던 노고를 웃음으로 되돌아보았으면 합니다. 이제 유신독재의 유산과 정경유착의 적폐를 완전히 역사유물로 보내 버리고, 친일미화세력과 분단기득권 세력을 말끔히 정리하는 새로운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하여 함께 힘을 모읍시다. 승리를 위하여 함께 해주신 광장의 촛불시민들 감사합니다.
광장의 촛불시민들과 함께 기록 사진집의 출판을 축하드립니다.
슬로바키아 철학자 지젝이 말했다. “분노한 다음 날이 더욱 중요하다.” 촛불 시민들의 분노는 박근혜 대통령 파면으로 막을 내렸다. 그 다음이 중요하다. 또다시 국민들이 주권자임을 포기하고, 대통령에게 모든 것을 위임하는 대의민주주의에 안주한다면, 불행한 역사는 반복할 것이다. 루소가 그랬다. “국민들은 4년 혹은 5년에 투표를 하는 그 날 한 번 주인 노릇을 할 뿐, 그 외의 나머지 시간은 노예로 산다.”
광장의 촛불은 “내가 바로 민주주의다.” “너희들에게 나의 주권을 위임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준 저항이자 시민 혁명이었다. 모든 해법은 민주주의에 있음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민주주의가 밥을 먹여준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어떻게 보여주는가? 불합리한 시스템을 개혁하여야 한다. 유권자의 의사가 정확하게 반영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법 개정, 제왕적 대통령제의 개헌, 악법 중의 악법인 국가보안법 폐지, 모든 이들을 무한경쟁체제로 내모는 입시교육제도를 개혁하여, 대학의 서열체제를 평준화해야한다. 결국 직접민주주의를 확대하지 않고는 이 모든 시스템의 개혁은 어렵다.
여기 눈 밝은 임재근·이상호의 사진첩에 그 분노의 함성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절절한 염원들이 담겨있다. 오롯이 발로 뛰며, 광장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은 결실이어서 소중하다. 그 노고에 위로와 격려, 고마움을 전한다.
30년전 '독재타도', '직선쟁취'를 외치며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30년이 흐른 지금, 국민을 속이고 헌법을 유린한 대통령의 퇴진과 적폐청산을 외치며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촛불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대통령은 파면되었습니다. 여기 국민주권의 첫 걸음을 내딛은 그 생생한 현장의 기록이 있습니다. 여기 역사가 있습니다. 이상호, 임재근 두 분의 노력으로 그 귀한 국민주권의 현장이 생생한 사진에 담겨 한 권의 책이 되었으니 자랑스러운 대전시민들의 역사가 길이 빛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한 시민촛불혁명! 그 한복판에서 사진으로 역사를 기록하신 두 분의 노고에 감사드려요. 춥고 긴 겨울을 지나 우리는 새로운 봄을 맞았습니다. 새봄을 불러온 힘은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었고, 더 이상 이런 세상을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없다는 주권자의 외침이었습니다. 광장을 지켜냈던 그 주인공들이 사진 속에 있습니다. 때론 분노하는 모습으로, 때론 눈물을 머금고 있는 모습으로, 그리고 때론 가족과 함께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그 모습이 바로 우리 모두의 모습이었습니다. 박근혜 퇴진을 외쳤던 131일간의 대항쟁! 매주 혹한 추위에 언 손 녹이며, 수 백장의 사진을 고르고 골랐을 두 분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며, 기록사업의 첫 포문을 열어주어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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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일 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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