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안팎에서 우리를 향해 오시는 예수

예수님은 토씨를 붙일 수 없을 만큼 완전한 인격, 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고백하게 될 때, 예수에 대한 해석은 멈추게 됩니다. 해석불가능성인 것입니다. 동사보다 더 무서운 것은 마침표이고, 마침표보다 더 긴장되는 것은 마침표가 없는 문장입니다. 도대체가 한없이 지면을 열어 놓은 문장은 언제 책이 끝날지 모르는 심연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예수님이 그렇습니다. 토씨를 붙일 수 없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그는 마침표로 종언을 말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그는 규정된 존재인 듯하지만 끝까지 규정을 거부하게 만드는 존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그를 시간을 다투면서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가 시간성 안에서 현재와 미래, 혹은 미래의 어느 시점에 어떤 모양새로 등장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매번 하나의 삶의 문장, 신앙의 문장을 완성시키기 위해서 당신이 마침표가 되어 갈무리를 하러 오신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시간 안에서 동시에 시간 밖에서 그는 우리를 향해서 오고 있습니다.

당신이 정녕 우리가 기다리는 예수입니까?

당신은 무엇을 기다리셨습니까? 기다림의 길고 긴 사연이 켜켜이 쌓여 어떤 삶의 이야기 속에 있습니까? 아직도 실제에서 예수를 만나고자 하는 욕망이 있습니까?

당신의 색인에 있는 예수는 동사입니까? 명사입니까? 형용사입니까? … 세상에 예수님의 색인이 많다는 것은 긴 인내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래서 지옥이라고도 할지 모릅니다. 예수님의 표정, 예수님의 언어, 예수님의 얼굴, 예수님의 몸짓 등 수많은 색인들이 도처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마음이 기다리고 눈이 기다리며 나의 목소리가 기다리고 나의 귀가 기다린다면 예수님의 색인, 예수님의 명료한 색인을 인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기다리던 분이 당신입니까?’라고 묻지 않아도 신앙의 감각은 온통 그 기다리는 존재에게 쏠리게 될 것입니다. 

<본문 중에서>

1 • 나의-앞에-가까이-세우는 성전

2 • 신비가 채 되지 못한 겨울

3 • 예수에 대한 존재인식

4 • 자유정신을 향하여

5 • 건강을 찬미하는 사람?

6 • 이사야서가 가지고 있는 영혼

7 • 인생의 미로와 믿음

8 • 기적을 선택하는 사람들

9 • 가까이에서 보이지 않는 길

10 • 세 가지 유혹들

11 • 예수 따름의 요청과 응답: 삶이 곧 십자가 아니던가?

12 • 무한한 용서와 환대

13 • 신앙의 고독과 자유

14 • 신앙의 의미와 방향 찾아

15 • 깊이에의 강요

16 • 예수, 영혼의 전율

17 • 예수님은 하나님의 몸을 만졌네

18 • 마음의 무덤을 버려라

19 • 무의 가능성을 넘어 섦

20 • 부활의 기억과 보냄의 선물

21 • 인생의 두려움과 앞질러-오시는 예수님

22 • 영적 구조의식의 변화

23 • 무의식의 신앙 언어

24 • 삶이 ‘어차피’라는 부사이더라도

25 • 끝나지 않은 사랑

26 • 신앙적인 삶의 그림과 언어

27 • 예수님의 이름으로

28 • 신앙의 중심, 사랑과 일치의 공동체

29 • 예수스러움과 예수적인 것

30 • 피곤한 제자도의 시간

31 • 생생한 말씀의 현전

32 • 권위의 원천

33 • 부끄러움을 깨닫는 신앙

34 • 사랑, 기쁜 운명

35 • 신앙 형식의 오류와 고통

36 • 신앙의 무한퇴행과 하나님의 자비

37 • 신앙의 주이상스 회복

38 • 자신의 얼굴을 나타내라

39 • 숨어 있는 것의 성스러운 언어

40 • 약자는 강하다

41 • 신앙의 덕, 좋은 몫의 조화

42 • 공허한 낱말의 기도이지 않기 위한 치열한 자기 검열의 기도

43 • 견딜 수 있을 만큼 조금씩

44 • 아직 가지 않은 길

45 • 그리스도교의 오독을 견디며

46 • 사람이 성전이다!

47 • 위조된 자리, 거짓의 인격

48 • 제자, 그 낯선 그림자

49 • 제 정신을 가진 사람

50 • 삶의 처세와 신앙적 처신

51 • 부자의 낙관적인 망각과 가난한 자의 눈물의 낙하운동

52 • 믿음에 밑줄을 긋는다는 것

53 • 삶의 지문에 씨앗이 있으려면

54 • 세상에 없는 것을 꿈꾸는 기도

55 • 기도, 민낯의 예술

56 • 불쑥 찾아온 구원

57 • 죽음의 눈빛을 거부하며

58 • 종말의 과녁

59 • 무거운 죽음, 가벼운 구원

60 • 징후는 사랑이다!

61 • 말하지 않았던 것을 말할 수밖에 없는

62 • 켜켜이 쌓인 시간을 풀어주는 사람

63 • 태어난다는 것은 하나의 문장

64 • 말씀으로 초대된 몸/ 들리는 몸, 밝히는 몸

김 대 식

김대식은 1967년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났다. 종교학과 철학으로 각각 박사학위를 받은 후 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서울신학대학교, 성공회대학교 등에서 시간강사를 역임했다. 지금은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 숭실대학교, 원광디지털대학교 등에 출강하면서 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 한국종교연합(URI-Korea) 지도위원, 함석헌평화연구소 부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관심분야는 ‘아나키즘’과 현상학적 인식론 및 존재론을 기반으로 하는 ‘함석헌의 철학과 사상’, ‘로자 룩셈부르크의 사회주의 해석’, ‘기술철학(환경철학)과 정치미학’, ‘해체구성적 종교’이다. 

저서로는 『영성, 우매한 세계에 대한 저항』, 『함석헌의 철학과 종교 세계』, 『함석헌과 종교문화』, 『영성가와 함께 느리게 살기』, 『생태영성의 이해』, 『함석헌의 생철학적 징후들』, 『예수와 신앙 언어』, 『함석헌과 이성의 해방』, 『그리스도교 감성학』, 『함석헌의 평화론』, 『씨의 희망과 분노』(공저), 『길을 묻다, 간디와 함석헌』(공저), 『지중해학 성서해석 방법이란 무엇인가』(공저), 『종교근본주의: 비판과 대안』(공저), 『생각과 실천』(공저), 『식탁의 영성』(공저), 『망각의 해석학』(공저), 『아시아 평화공동체』(공저), 『인문학적 상상력과 종교』(공저)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종교 간 고통에 대한 해석학적 성찰과 유동적 종교」, 「생명에 대한 존재론적 인식과 생명미학적 정치」 등이 있다.